“별이 빛나는 도시, 그곳에 우리도 있었어요”
⏳ 서론 | 사랑과 꿈, 그 사이에서 노래하다
현실이 버거울수록 사람들은 꿈을 그린다. *라라랜드(La La Land)*는 그런 꿈과 사랑이 교차하는 지점을 선명한 색감과 음악으로 그려낸 한 편의 시적 영화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고전 뮤지컬 영화의 형식을 빌려, 현대인의 감정과 갈등을 매혹적으로 풀어냈다.
2016년 개봉 당시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으며, 아카데미 6관왕에 오른 이 영화는 단지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 때문만은 아니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균형을 잃고 흔들리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이자, 잊지 못할 한 사랑에 대한 애틋한 헌사였기 때문이다.
🎥 시대적 배경 | 현실의 무게, 그러나 아직 빛나는 도시
라라랜드는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 속 LA는 ‘별들의 도시’라 불리지만, 실상은 수많은 이들이 좌절과 경쟁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장소다. 꿈을 좇아 모여든 사람들은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시고, 재능은 있지만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이 배경 속에서 영화는 고전 뮤지컬의 낭만을 일부러 대입한다. 춤과 노래로 감정을 풀어내고, 선명한 색채와 롱테이크로 그 감정을 오래 머무르게 한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현실과 환상이 자연스럽게 뒤섞이는 현대적 뮤지컬로 완성된다.
이 시대에도 여전히 예술을 꿈꾸는 사람이 있고, 그들이 현실과 마주하는 방식은 고전과 다르지 않다. 라라랜드는 바로 그 공통된 경험을 음악으로 포장한 영화다.
🌠 줄거리 | 우리 함께였던 모든 계절
미아(엠마 스톤)는 배우를 꿈꾸며 카페에서 일하는 청춘이다. 셉(라이언 고슬링)은 전통 재즈를 고집하는 피아니스트.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삐걱거리지만, 음악과 예술에 대한 열망으로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리고 어느 날, 둘은 LA의 황혼 속에서 별과 춤을 나눈다.
사랑은 깊어지고, 각자의 꿈을 위한 여정도 시작된다. 셉은 밴드에 합류해 투어를 돌지만, 그것은 그가 원하던 재즈와는 다른 방향이다. 미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1인극을 올리지만 관객은 거의 없고, 좌절한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점차 멀어지고, 결국 각자의 길을 택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 시간은 훌쩍 흘러 미아는 성공한 배우가 되었고, 셉은 자신의 이름을 딴 재즈 클럽을 운영한다. 우연히 마주한 그 순간, 영화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만약 우리가 함께였다면?” 그리고 이어지는 상상 속 뮤지컬 시퀀스. 관객은 그들의 ‘실현되지 못한 사랑’을 음악으로 목격한다.
그러나 현실은 환상과 다르다. 미아는 돌아서고, 셉은 피아노를 연주하며 미소 짓는다. 사랑은 끝났지만, 기억은 음악처럼 오래 남는다.
🎬 총평 | 뮤지컬로 완성한 감정의 조각들
라라랜드는 찬란한 시각적 요소와 감성적 내러티브가 정교하게 결합된 현대 뮤지컬의 대표작이다. 데이미언 셔젤은 전작 위플래쉬에서 보여준 음악적 감각을 더욱 확장시켜, 고전 뮤지컬의 미학을 현대적인 감정선 위에 얹는다.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는 현실적인 사랑의 복합성을 감정의 과잉 없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특히 엠마 스톤의 오디션 씬에서의 독창 연기는 오스카 여우주연상의 결정적 장면으로 꼽힌다. 두 배우는 함께 춤추고 노래할 때보다도,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에 더 깊은 감정을 전한다.
또한 음악은 이 영화의 핵심 언어다. 저스틴 허위츠가 작곡한 “City of Stars”, “Audition (The Fools Who Dream)” 등은 단지 멜로디가 아니라, 인물의 내면을 대신 말하는 도구다.
그리하여 라라랜드는 영화이자 시, 그리고 현대적 감정의 조각이다.
✍️ 마무리 | 모든 꿈이 이루어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꿈꾼다
라라랜드는 ‘해피엔딩’을 약속하지 않는다. 그 대신 ‘기억할 만한 시간’과 ‘서로가 꿈꾸던 순간’을 남긴다. 이는 오히려 더욱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슬프고 아름답다. 우리가 이 영화를 다시 찾아보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모든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그것이 의미 없지는 않다. 라라랜드는 그렇게, 당신이 놓친 꿈과 사랑까지도 음악으로 안아준다.